장면 —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가정교사가 마술 재주 뒤에 숨긴 외로움을 토로하는 장면.
연기 포인트 — 서커스적 기예의 가벼움과 뿌리 없는 존재의 공허를 한 호흡 안에 담을 것.
독백 전문
(생각에 잠겨) 나한텐 제대로 된 여권이 없어. 내가 몇 살인지도 몰라. 그런데도 자꾸만 내가 아직 젊은 것 같단 말이지. (사이) 어릴 때 아버지랑 엄마는 장이 서는 데마다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했어. 아주 훌륭한 공연이었지. 난 살토모르탈레 — 공중제비를 넘고, 온갖 재주를 부렸고. 그러다 아버지랑 엄마가 죽고 나서, 어떤 독일 부인이 나를 데려다 공부를 시켰어. 좋아. 나는 자랐고, 그다음엔 가정교사가 됐지. 그런데 내가 어디서 왔는지, 내가 누군지 — 몰라. 부모가 누구였는지, 혼인이나 제대로 한 사이였는지도... 몰라. (주머니에서 오이를 꺼내 베어 문다) 아무것도 몰라. (사이) 다들 나한테 재주를 보여 달래. 카드를 맞혀 봐라, 복화술을 해 봐라. 샤를로따, 한 번만! 좋아, 하지 뭐. 호쿠스 포쿠스! (빈 손바닥을 펼쳐 보인다) 그럼 다들 웃고 손뼉을 치지. 그리고 끝나면? 각자 자기 이야기로 돌아가는 거야. 나만 빼고. 이 오이가 어디서 났는지는 아무도 안 물어봐. (오이를 마저 씹는다. 사이) 누구랑 이야기가 하고 싶어 죽겠는데, 상대가 없어. 나한텐... 아무도 없거든. 아무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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