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부서진 류트를 뒤집어쓴 채 등장) 아이고… 아닙니다, 어르신. 겁이 나서 이러는 겁니다. 얼굴이 창백하다면 그건 순전히 두려움 때문이에요.
(사이)
따님이 훌륭한 음악가가 되겠느냐고요? 차라리 훌륭한 군인이 되시겠지요. 강철이라면 그 손에서 버틸지 몰라도, 류트는 어림도 없습니다. 어르신, 저는 그저 프렛 짚는 자리가 틀렸다고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손목을 굽혀 손가락 짚는 법을 가르쳐 드리려고 손을 잡았을 뿐이라고요. 그랬더니 따님이 악마같이 성급한 기세로 벌떡 일어나서는, '이걸 프렛이라고 부른다고? 그럼 내가 제대로 성을 내주지!' 하고 소리치더니, 그 말과 동시에 류트로 제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제 머리가 악기 몸통을 뚫고 들어가서, 한동안 칼을 쓴 죄인처럼 류트를 목에 걸고 멍하니 서 있었지요. 그러는 동안 따님은 저더러 엉터리 딴따라에, 깽깽이꾼에, 그런 험한 욕을 스무 가지는 퍼부었습니다. 마치 저를 욕보이려고 미리 공부라도 해 두신 것처럼요.
(머리를 조심스레 만지며)
아이고, 세상에. 저는 다시는 저 제자한테 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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